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년을 맞는다. 14년 전 나는 6.15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걸어서평화만들기라는 한반도 국토종단을 하고 있었다. 5월 23일 아침, 비가 조금 내리는 듯 한 날씨 속에 라디오를 통해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14년이 지난 6월 17일, 나는 다시 걸어서평화만들기 회원들과 함께 봉하마을로 떠나 14년 전의 장면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 노무현 당선인 비서실장을 하며 노무현 정부의 초대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 동분서주할 때, 내가 내린, 이후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잘못된 판단에 대해 기록해둔다.
어느 날 대통령 당선인은 나에게 후보 비서실장을 거쳐 바로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었고, 이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히 나도 나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동시에 이른바 청와대 비서실 인선의 원칙과 같은 것을 정리하고 공유해온 터라 매우 그 동안 고민해온 나의 거취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을 했다.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합니다.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비서실 인사가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함께 일할 장관이나 청와대 실무진도 마무리되고 있으니 저는 이쯤에서 물러나고 제 길을 가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언뜻 보기에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제 갈 길을 가겠습니다.” 보다는 “비서실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합니다”는 말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만약 생각이 달랐다면 바로 반론을 펼쳤을 성격인데, 그저 듣기만 한 것으로 보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그러면 누가 좋겠냐고 물었으며 나는 문희상 의원을 포함한 여러 사람을 추천했고 대통령 당선인은 문희상 의원이 자기정치를 포기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제가 가서 물어보겠다고 말한 후 문희상 의원을 만나 출마를 포기하고 비서실장을 맡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 문희상 의원은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문희상 의원은 노무현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이 되었다. 내가 왜 문희상 의원을 추천하고 노무현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는지는 좀 더 긴 설명이 필요해서 생략한다.
그 후, 몇 년이 흐른 후 한 인사가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나고 난 뒤에 나에게 혹시 대통령을 서운하게 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비서실장으로 가지 않기로 한 후에 특별히 만난 적이 없어 서운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시 그는 내가 비서실장으로 가지 않는다고 말할 때, 이제 제 길을 가겠다고 했다는데 그게 맞는지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답하며 그게 왜 서운한 일인가 묻자 “만약 형님이 나를 형님 비서실로 와 함께 일하자고 하는데 내가 ‘이제 제 길을 가겠습니다.’하면 서운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보니 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여러 사람이 원하는 자리니 내가 빠져도 된다는 변명이 아니라, 대통령의 길이 곧 내 길이라는 생각, 그래서 대통령이 잘못되면 내 길도 없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지금도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