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성북구 환경미화원노조 간부들, 성북구 우체국 집배원노조 간부들 그리고 성북구 장애인연합회 간부들과 장위전통시장 상인회 간부들과 막걸리 한잔으로 격의 없는 토론과 대화로 보낸 송년 모임이 가장 보람 있다. 이들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치우며, 우리에게 오는 기쁘거나 슬픈 소식을 전해주며, 우리에게 나눔의 필요성을 가장 절절히 느끼게 해주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나가 비싸지 않은 온갖 것들을 즐겁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세대대립도, 학력차별도, 지역감정도 없으며 오직 낮은 곳의 사람들의 정직함과 연대감만 있을 뿐이므로 나 같은 사람에게 얼마나 편한 자리가 되었던가.
새해가 밝아 성북구민들은 예년처럼 뜨는 첫 해를 보기위해 고대 뒷산 개운산에 운집했지만 해가 구름 속에 숨어 그 자태를 보지 못하고 희미한 달 하나와 그 옆에 붙은 이상한 별 하나만을 바라보았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각자의 소망을 풍선에 적어 하늘에 날려보냈다.
나는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밝은 미소와 따듯한 응답을 보고 느낀다. 그리고 나는 새누리당의 다수 예비후보들에게서 어색한 미소와 탐색하는 눈빛을 보고 느낀다. 나는 모인 사람들에게 “우리 주변의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넘치는 2016년 새해가 되기 바랍니다”라고 간단한 새해 인사를 했다.
헤어지기 섭섭해하는 몇몇 사람들과 개운산 아래 내가 잘 아는 식당에 들려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과 함께 아침 식사를 끝내고 그 식당 주인이 포장해준 떡국과 김치와 개장을 들고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의 신년 인사는 ‘니 얼굴 보니 참 좋다’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 12월 22일 1심 재판 이후 어머니를 처음 뵌 것 같다.
그리고 당의 색깔인 푸른색 두툼한 점퍼를 입고 찬바람 부는 동네의 거리를 그저 이리저리 걸어서 돌아다니며 만나고 이야기한다. 돈암동 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등산화 장인이 4년전에 만들어준 두꺼운 구두는 내 발을 편하게 해줄 뿐 아니라 내가 걸을 때마다 경쾌하고도 둔탁한 소리로 나의 뇌를 즐겁게 자극한다. ‘거리에서’ 나는 참 행복하다.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면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라는 분위기를 만끽하며 거리를 헤매던 나는 거리에 더 짙은 어둠이 내리자, 지역 사무실에 혼자 들어와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2016년 1월 1일. 새해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언제나처럼 뚜벅뚜벅 걷자” 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