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걸어서 평화만들기>는 개인택시 사업자들과 함께 했다. 1998년부터 나와 인연 맺어온, 이름하여 ‘달리는 홍보요원’ <교통특위> 회원 40여명과 함께 양평군의 세미원을 찾은 것이다.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도보로 700m를 걸어 세미원 동쪽 매표소를 통과하여 물이 흐르는 돌다리를 건너서 국내 최고의 연꽃공원으로 칭해지는 백련지, 홍련지, 패리기념연못 등 갖가지 연못 등을 지나다보면 연꽃 속에 폭 잠긴 사람들의 군상을 보게 된다.
나는 세한정이라 이름지어진 곳에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제주도 유배시절에 그렸다는 세한도는 말라빠진 황량한 그것도 뿌리가 땅위로 드러난 소나무 몇그루와 형체만 보이는 집 하나가 덩그러니 그려져있고 그 옆으로 수려한 추사의 소회가 또 하나의 그림처럼 단정히 적혀있다. 그림 뒤에는 장무상망(長無相忘)이라는 추사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이 작은 형상 하나가 내 발걸음을 붙잡는 이유를 나는 아직 모르겠다.
왜 그의 명작들은 정상의 시기가 아니라 유배시절에 이루어진 것일까.
나는 소원 들어주는 나무 아래서 나의 소원 하나를 적어 걸고 회원들이 나를 위해 쓴 소원도 슬쩍 살펴본다. 나의 소원은 내 마음의 평화를 비는 것이고 회원들이 쓴 소망은 술과 담배를 하는 나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들이다.
나는 회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마음속의 전쟁은 이제 시작되었지만 오늘은 편안합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한 오랜 세월 이상으로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오늘 걸평의 티를 함께 입고 저에게는 참 힘들고 무더운 날이지만 구름속에 햇빛이 가려진 참 걷기 좋은 날에 세미원을 함께 걸은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점심 먹으러 나오는 길에 길가에 피어있는 양귀비꽂을 본다. 정말 현란하다.
점심 때 한 회원이 민물잡고기 매운탕 먹는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준다. 그릇에 잡고기 등을 떠서 숟가락으로 꼭꼭 눌러 그 국물을 막걸리 안주로 먹고 몇번을 반복하니 고기들이 모두 살은 떨어지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나를 보며 귀엽게 웃어보이는 그 얼굴을 화폭에 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