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침몰
우리 모두에게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오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공안을 이용한 전통적인 야당 탄압입니다.
서울북부지역(성북갑,성북을,강북갑,강북을,도봉갑,도봉을,노원갑,노원을,노원병 등 9개 선거구)은 전통적으로 야당의 강세지역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곳 9개 선거구의 유일한 호남 출신 현직 국회의원입니다. 저는 언제나 서울북부지역에서 권력과 상대당의 표적이 되어왔습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총선을 앞둔 시기에 소위 ‘입법로비’라는 명목으로 권력의 부당한 개입과 검찰의 기소가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검찰은 저에 대해서 입법로비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야당에 대한 연이은 입법로비 제2탄, 3탄의 준비와 조준이 있었지만, 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어 잠시 주춤거리며 그 예봉이 꺾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도 잠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눈앞의 현실입니다.
저에 대한 사건을 검찰이 발표한 2014년 8월, 우리 당은 바로 이것을 야당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회’(위원장=조정식 당시 사무총장)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음은 논외로 치더라도, 저는 무죄이며, 무죄를 입증할 것이기 때문에 주저 없이 출마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권력과 검찰이 야당의 공천을 결정하는 일이 눈앞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 심각한 민주주의 후퇴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중대한 컷오프 선정에 있어서 해당 의원들에게 재심이 아닌 이의신청은 의미가 없고 진실을 파악할 기회조차 없게 됩니다. 억울함을 호소할 통로조차 없습니다. 4선 현직의원의 처지가 이러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우리 당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겨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컷오프 사태를 볼 때, 도대체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민주 정당이 맞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저 컷오프 대상 이름만 통보 받고 그 논의의 전과정은 물론 전체 의원에 대한 평가표를 볼 수도, 알 수도 없다면 누가 그것을 수긍할 것이며, 나중에라도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누가 검증하며 책임질 수 있을 것입니까?
더 중요한 것은 컷오프 문제로 촉발된 이와 같은 우려가 당내에서 앞으로 지속될 것이며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것은 지난날 심각한 정파논쟁의 후유증을 고려하더라도, 앞으로 당의 존립 자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번 컷오프 문제는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민주 정당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비밀주의에서 생기고 있고, 이것이 음모론을 이미 잉태하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어렵더라도 최소한 당사자에게는 평가위원회 의사결정의 전과정이 공개되고 사후 검증이 가능해야 합니다.
저는 저에 대한 컷오프를 수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식행위에 불과한 이의신청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번 컷오프 명단 통보로 일어난 사태를 당내 민주주의 사망의 전주곡으로 생각합니다. 더구나 앞으로 이런 사태가 더 생긴다면 우리 당은 회복 불가능의 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저는 당내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당내 민주주의를 지켜낼 뿐만 아니라 더 전진시키기 위해 저의 모든 지혜와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그것이 당의 존립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아주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나의 부덕의 소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