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화 민주화의 역사속에서 블랙리스트는 노동계의 큰 병폐였다. 회사측이 회사측의 눈으로 불손한 노동자명단을 만들어 서로 회람하며 입사를 막고 감시했던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번에 박근혜정부가 만든 불랙리스트는 김기춘의 눈으로 불손한 사람들 명단을 만들어 온갖 불이익을 주고 감사, 사정 등으로 공식사회 바깥으로 몰아내려는 것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박근혜정부 들어와 내가 이사장으로 있던 윤이상평화재단이 여러차례 문체부의 감사를 받을 때도, 내가 회장으로 있는 대한체육회산하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문체부의 이상한 감사를 거듭해서 받을 때도 나는 현역의원이며 국회환경노동위원장인 내가 이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로 관리되고 감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른바 입법로비라는 낯선 이름으로 2014년 8월 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을 때도 당연히 나는 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을 줄은 물랐다.
범정파적으로 대대적으로 구성되었던 윤이상 평화재단은 2013년경부터 문체부의 거듭된 감사와 예산삭감 등 압력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윤이상의 현대음악을 소개하던 윤이상 작곡상은 그 명맥조차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는 사무실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으며 2014년 나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지속적인 감사와 김종차관의 협회비리 근절 발언을 듣고 나는 2014년초 김종차관을 국회로 불러 그 연유를 물었다. 김종차관은 담당 국장과 함께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사무실로 와서 이 감사는 나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협회 회계장부를 조사해보니 협회 사무국장의 비리가 발견되어서 검찰에 고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문체부가 조사한 것이 사실이 아니면 책임질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담당국장과 함께 자신있게 책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국장은 감찰에서 무협의로 처리되었지만 김종차관은 물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혐의로 협회를 조사하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하고 다녔다. 결국 나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과의 통합과정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블랙리스트의 코미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14년인가 어느 명절 때인가 동료 김현의원이 “국회의원에게 주는 대통령 선물을 안 받은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선배님은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대통령이 선물을 주었는지 안주었는지 관심 없어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살펴보니 나에게는 대통령의 선물이 배달되지 않았다. 김현의원은 열심히도 대통령 선물을 받지 않은 국회의원 명단을 작성했던 것 같은데 몇이나 되었는지 지금 내 기억속에 남아 있지 않다.
김기춘이 2014년 7월 4일 말한 “독버섯처럼 자란 DJ 노무현정부 인사”들에게는 그해 대통령선물 무언가도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