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두달 반을 병원에 누워 생활하신 어머니가 어머니집으로 돌아와 정상을 찾아가는 사이 나는 거의 매일 어머니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어머니와 함께 거실에 누워 두팔과 두 다리를 들어올리는 연습을 하다가 “너무 많이 올리면 아프다”고 하시면 “나도 아파요”라고 하면서 다리 운동을 위해 실내 자전거를 살까하는 생각을 말씀드리니 돈들이는 일이라고 손사레를 치신다.
그런데 더 큰 일이 생겼다. 전세로 1억 3천에 살던 어머니 집이 팔려 이사를 가야했기 때문이다. 친지들 사이에서 다시 요양원이 편하고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나올만한데 나의 태도가 너무 완강하여 크게 나오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오래 걷는데 다소 힘들지만 장애가 아니다는 어머니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장애2급 판정을 받았다.
이 상황에서 어머니가 그토록 원하는 어머니만의 독립생활이 가능할까 내심 걱정하면서도 나는 과일장사하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거주할 공간을 1억 3천의 범위내에서 얻어보라고 했다. 이것 저것 뒤지며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아들이 나의 집 근처에 1억원짜리 전세를 선택했다. 이전에 비해 초라한 단독주택의 사랑채였지만 어머니를 들뜨게 하는 이사를 주저없이 단행했다.
겨우 문 틈으로 비집어 넣은 장롱과 어머니 침대 그리고 냉장고 하나, 그리고 간병인이 쉴 공간 하나를 보고 내 마음은 철렁했지만 어머니는 만족해 하신다. 어지러운 이삿짐 사이에서 불안한 걸음으로 직접 이것 저것 손수 찾고 정리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안쓰러움과 함께 저 성질 때문에 지탱하는 어머니의 주체를 본다.
90세의 새 출발 어머니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