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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23 16:56
어머니를 위하여1
 글쓴이 : master
조회 : 2,254  

 

토요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제외하고 두달 넘게 병원에 입원하여 문자 그대로 사투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 어머니는 매일 종암동 노인종합복지관에 일찍 출근하여 걷는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해왔지만 두 달 전 초인종 소리에 일어나시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뇌출혈이 생겨 고인 피를 뽑아내는 시술을 2번 받았다. 두 번의 전신 마취의 후유증일까. 머리는 치료되었지만 아직 걷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의사, 간호원, 간병인 모두를 향한 투쟁을 두 달 넘게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극도로 피곤한 이 투쟁이 도무지 중단되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자존심일지 모르겠다. 기어서라도 화장실에 자신의 힘으로 가겠다는 필사의 싸움, 손이 떨려도 자신의 손으로 먹겠다는 싸움, 기도가 막혀 폐렴에 걸리면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코로 음식을 섭취하기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싸움, 오랜 입원과 전신마취 때문에 오는 기억력의 흔들림과의 싸움...그래서 어머니는 어머니를 돕고 있는 의사, 간호사, 간병인은 물론 심지어 같은 병실에 입원중인 환자들 사이에서도 도무지 병원의 말을 듣지 않는, 혀를 내두르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나는 그토록 외로운 어머니의 편이 되기로 결심하고 우선 담당의사를 만나 육체적 고통보다도 정신적 정서적 고통이 더 문제같다고 말하고, 이 지겨운 병실을 잠시라도 떠나 일단 집으로 가게 외출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경외과 의사는 흔쾌히 동의해서 외출 준비를 하는데 재활과의 젊은 의사는 병상까지 뛰어올라와 나에게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 안된다고 항의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의 편이 되어 음식 넣는 목줄을 뽑고 영양제 주사 줄을 뽑고 어머니를 일단 집으로 모셔왔다. 정말 기도가 막혀 폐렴이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되었지만 어머니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하던 집으로 일단 모셔오며 ‘환자도 인권이 있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걷기 힘든 어머니를 부축하여 화장실에 가다 함께 넘어져 내가 밑으로 깔렸는데 깜짝 놀라 내 머리를 붙잡고 있던 어머니가 문득 내 머리를 만지더니 나에게 하는 말이 나를 울린다.

“니 머리가 하얗구나”

이때 어머니는 자신이 지금 걷지 못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그렇게 집에 오신 어머니는 겨우 몇 숟가락의 죽을 드시고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고 저녁 9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무려 12시간 이상을 미동도 않고 주무셨다. 하도 곤히 자는 모습이 간병인의 말과는 너무나 달라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의 코에 손을 몇 번이고 대보아야 했다.

 

그리고 일어나신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의 일상을 챙기시기 시작했다. 참기름은 어디 있고 통장은 어디 있으며 김치가 너무 오래 묵어 못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며 그런 어머니의 일상을 챙기셨다. 베란다에 놓인 화분 5개가 시들었다며 나를 탓하기도 했다.

다시 병원에 갈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거부하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나는 휠체어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에게 할 말을 몇 번이고 정리한 다음 차분히 이야기했다.

“어머니가 오래 입원해서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을 수 없어요. 힘들지만 다시 병원에 가서 다리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하고 오시면 제가 부축하지 않아도 화장실에 갈 수 있어요”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 어머니는 고개만 끄덕였다. 병원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어머니를 보고 놀라와 했지만 병원을 나서는 나는 병실을 나올 때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눈빛을 지울 수 없다.

누가 뭐래도 어머니 저는 당신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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