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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09 09:53
“걷는다고 평화가 옵니까”
 글쓴이 : master
조회 : 555  

 

 

2008년 11월 11일 창립된 사단법인 신정치문화원은 오랜 준비를 끝내고 2009년 4월 9일 한라산 관음사에서 “걸어서 평화만들기, 한라에서 백두까지”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을 가졌다. 4월 8일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백록담 물을 떠오는 것을 시작하여 6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백두산은 물론 심지어 임진각까지라도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1번 국도(주로 옛 1번국도)를 따라 백두산을 향해 북상하면서 전남 구간은 ‘참회와 반성의 행진’으로, 전북 구간은‘용서와 화해의 행진’으로, 충청도 구간은‘국토사랑 행진’으로, 경기도 구간은‘나라사랑 행진‘으로, 서울 구간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행진‘으로 그리고 마지막 백두산 가는 구간(아직 걷지 못한 북녁 구간)은 ’6.15와 10.4선언 실천을 위한 행진‘으로 명명하고 걷고 걸었다.

 

물론 예정된 지역을 지날 때마다 그 지역 사람들과 함께 걷기도 하고, 언론과 인터뷰도 하고, 강연도 하고 자유로운 토론도 하며 우리가 말하고 싶은 한반도 평화의 의미와 당시 사멸해가던 6.15선언과 10.4 선언의 실천을 역설해가며 걷는 길이었지만, 그해 5월 23일 우리는 송탄에서 오산 가는 길에서 이슬비가 내리는 시간에 노무현대통령의 사망이라는 비보를 들었다.그리고 더 나아가 그로부터 3일 후 이번에는 북의 핵실험이라는 소식을 듣자, 걷기를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각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걷기를 중단하지 않고 이후 구간을 ‘고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행진’으로 이름을 바꾸고 조기를 달고 걷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걷기에 참여한 회원 모두는 지금 이 시각 우리가 하는 일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각자의 마음속에 갖고 있었다고 생각되고, 내 머릿속에서도 지금은 봉하에 상주하며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걷기를 중단하는 것이 맞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 의문 속에서도 그런 의문을 자양분 삼아 더욱 힘내어 걷고 있던 내 귀에 어느 30대 시민이 나를 향해 던지는 한마디가 내 마음을 더욱 더 흔들어 놓았다.

“걷는다고 평화가 옵니까”

 

그 이후 “걷는다고 평화가 옵니까”라는 이 말은 60일째 임진각에 도착했을 때는 물론, 38선을 넘지 못하고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올랐을 때까지, 심지어는 지금까지도 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149일째 걸어서 평화만들기를 해온 나는 신정치문화원 창립 10주년을 맞아 사진전(사진전이라기보다 그 동안의 사진을 모아 진열해 놓은 작은 이벤트)을 조촐하게 준비하면서 충청도에서 만난 그 30대 시민의 질문에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걸어서 평화만들기의 근본에 해당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는 아직 되어있지 않은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폭력과 불의가 날뛰는 세상에서 ‘그냥 들어 앉아 기도하는 것보다도 못하다’고도 느껴진다. 중진 국회의원이 정당과 정치에서 이루지 못할 것이었으면 ‘정당이나 정치를 접고 새로운 시민운동(또는 저항운동)에 나서야했던 것은 아닌가’ 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걷기를 중단하지 못한다. 그나마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 가장 원초적으로 말하여 내 마음속에 이는 전쟁조차 막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나를 넘어선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의 처지에 맞는 나의 역할을 다른 수준과 영역에서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운명처럼 일생동안 해나가야 할 나의 정치(정치적) 활동은 그나마 걷기를 통해서 다소 생기를 얻는다. 특히 힘들고 고통스런 걷기를 통해 나의 나약함과 비겁함, 오만과 독선의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고, 나를 조금은 다스려나가는 전기가 나도 몰래 찾아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 말없이(무슨 말이 필요할까) 회원들과 함께 ‘걸어서 38선을 넘어 백두산에 오르면’ 지난 10년의 좌절과 고통속에서 찾지 못했던 ‘걸어서 평화가 오는지’에 대한 대답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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