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길을 걷는다는 것이 그것도 혼자 가을밤길을 걷는다는 것이 한없이 상해가는 마음을 달래는 데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거침없이 배낭을 메고 양평의 중미산 언덕길을 걷기로 했다.
걷기란 그 자체가 목적이지 주변 환경은 부차적이고 걷는 길의 모양도 부차적이라, 서서 보면 단풍의 유혹이 있고, 뒤돌아보면 뒤에서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위험이 보이지만, 점차 생각에 몰입하다보면 아무리 좋은 경치도 질주하는 자동차의 위험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10월 28일의 밤길은 조금 비가 오는 듯했고 중미산 오르는 도로가 구비가 많아 가끔씩 질주하는 차가 위협으로 느껴져 나의 소중한 생각의 다발들을 조금씩 끊어버리곤 했다.
5km 정도를 걷다 뒤돌아갔다. 윈래 내가 목표로 삼은 중미산 중턱의 작은 천문대와 카페도 문 닫았을 것도 같고, 더는 날도 흐려 별도 못볼 것 같아...
욍복 밤길 10km를 걸은 셈인데 마음이 편안하고 그윽했다. 그날 나는 담배를 하나도 피우지 않았다.
다음날인 29일 작은 천문대를 지나갈 때도 천문대의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중미산 제2문을 통해 들어가 3코스를 종횡무진(약10km) 걸어도 2시간 지나니 더 걸을 길이 없다.
더 걸을 길이 없나 하고 길 아닌 산을 헤매도 더는 갈 길이 없다.
원래 끝이 정해진 길은 걷는 것이 아니다.
북녁의 포장 안 된 흙길을 걷고 싶다. 해지는 저녁 노을을 보고 출발해서 새벽녁 붉은 하늘이 나타날 때까지 걷는다면 내 마음이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