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출소했다.
지난 2014년 8월 갑자기 입법로비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 중이던 2016년 말경, 나는 우연히 박근혜정부의 민정수석(입법로비 수사와 재판 초기의 시기에)을 지낸 김영한 수석의 업무일지(김기춘이 주재한 청와대 비서관회의의 기록)를 보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기록은 ‘세월호 참사’ 이후 궁지에 몰린 당시 청와대가 과거 독재정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공안정국’을 획책하고 그것을 실행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을 담고 있었다.
촛불혁명 후 봇물처럼 쏟아져나온 국정농단속에 파묻혀(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던 김기춘의 ‘공안정국’ 지시의 시초는 2014년 7월 4일자 김영한의 업무메모에 드러난다.
‘사정활동 강화’라는 이날 업무일지는 ‘정권,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세력에게 두려움을 갖도록 하라는 것이고, 정권,대통령에게 도전하는 세력의 구체적인 표현으로 ‘독버섯처럼 자란 DJ, 노무현정부 인사’ 등으로 지정하고 있다.
김기춘의 이 사정 지시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한 사정 지시를 한 것이 아니고 ‘독버섯처럼 자란 DJ, 노무현정부 인사’라고 특정화하여 이루어진 야당탄압이자 공안정국 조성의 시발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날 이후 두려움을 갖게 해야할 ‘독버섯’ DJ, 노무현정부 인사에 대한 사정은 무려 4차례의 이른바 ‘입법로비’로 구체화된다.
1차는(김기춘 지시 이후 2014년 7,8월경 업무메모) 서울예술직업전문학교의 입법로비로 신계륜 등 3명의 민주당 의원이고, 2차는(2014년 8월 5일의 업무메모) 치과의사협회 입법로비로 Y 전 의원 등 12명의 민주당 의원이고, 3차는(2014년 8월 28일의 업무메모) 대한물리치료사협회의 입법로비로 O 의원 등 2명의 민주당 의원이며, 4차는(2014년 11월 14일자 업무메모) 한전 KDN의 입법로비로 J 전 의원 등 7명의 민주당의원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이중 대부분은 돈의 액수까지 기입해 놓고 있다).
무려 19명의 민주당의원을 이른바 ‘입법로비’로 얽어매려던 공안정국 구상과 실천은 그후 연말 청와대 문서유출사건으로 청와대 내의 권력투쟁과 갈등이 드러나면서 일부 중단된 것으로도 보여진다.
2014년7월 4일 김기춘의 ‘두려움을 갖게 해야할 독버섯’발언, 즉 일부 야당의원에 대한 사정 지시는 그 자체가 반민주적인 불법 지시이며, 그 이후 4차례의 입법로비에 대해 신속한 수사지시를 내리고 수시로 수사보고를 받은 기록만으로도 그 구체적인 범행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방대한 블랙리스트 작성이라는 불법과는 다른 수준의 범죄로 김기춘의 ‘독버섯’에 대한 사정 지시와 그 구체적인 실행인 이른바 4차례의 ‘입법로비’ 수사(그 진행정도 또는 그것의 유무죄와 상관없이)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당은 2014년 당시 이 입법로비 사건을 박근혜정부의 명백한 공안정국 조성이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회’(위원장=조정식 당시 사무총장)을 구성하고 대응했다.
김기춘의 야당탄압 지시와 실행은 적폐 청산의 가장 중요한 핵심에 해당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