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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17 18:07
어머니의 쌀 한 가마
 글쓴이 : master
조회 : 1,243  

어머니는 늘 나에게 왜 정치하느냐고 물으셨다.

 

1년 전, 2017년 7월 13일 갑작스러운 1년 간의 이별을 고하러(1년 간 외국으로 장기 출장 간다고) 어머니에게 인사드리러 간 자리에서 어머니는 정신이 혼미하셨다. 같이 간 친구는 평생 운 울음보다 많은 눈물을 쏟고 어쩔 줄 몰라했다.

 

두 번의 큰 수술을 받고도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구에도 불구하고 문자 그대로 생애 마지막 힘을 다하며 독립된 노년 생활을 꿈꾸던 90세의 어머니는 내가 없는 그 1년 사이에 형제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그렇게도 싫어하던 양로원에 스스로 들어가셨다.

 

1년 후 경기도의 작은 민간 양로원에서 어머니는 몇 분의 할머니들과 거실에 쓸쓸히 앉아계셨다. 단정하고 작은 몸을 겨우 이겨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한참 쳐다보신다. 그리고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씀 하나로 나를 무너뜨린다.

 

“오메...”

 

함께 양로원을 나와 근처 식당으로 가서 좋아하는 양배추 샐러드를 오리고기와 함께 먹으면서 어머니는 이 양로원에서 적응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등의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어머니가 젓가락으로 양배추 샐러드를 젓가락으로 집어 드시며 흘리지 않도록 몹시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누가 음식을 흘린다고 구박을 했을까’ 하는 상상이 내 머리를 뒤흔들어서 ‘어머니 흘려도 괜찮아요’ 라고 말하려는 사이에, 어머니가 갑자기 생각난 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눈치를 살핀다. 호주머니를 뒤지고 노란색의 지갑을 열고 동전 몇 개를 만지작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내가 돈이 없다”

 

내가 지갑을 꺼내 돈을 보여주며 점심값도 있고 어머니가 주신 돈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하자 한숨을 크게 쉬시며 일없는 아들에게 점심도 사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책하는 듯한 어머니의 힘 잃은 눈빛은 나를 더 깊은 자책과 당황의 어둠속으로 빠뜨린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어떻게 그 복잡한 핸드폰으로 내 번호를 정확히 눌렀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작고 힘이 없어도 뚜렷하고 분명하다.

 

“쌀은 떨어지지 않았냐”

 

다음날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다시 어머니는 나에게 전화를 한다.

 

“쌀 한 가마 받았느냐”

 

어렴풋하게 상황을 짐작해본 내가 잘 받았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평소 어머니 같지 않게 비교적 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요즘처럼 더운 날은 쌀에 벌레가 생기기 쉬우니 간수를 잘해야 하며 남 주지 말고 아침 거르지 말고 먹어야 하며 바나나와 양배추와 미역국을 자주 먹어 변비에 대비하여야 하며 어머니의 증손자(나의 아들의 아들)가 키가 작은 것은 잘 먹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잘 먹여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동생에게 전화하여 어머니의 걱정과 지시를 확인하고 듣는다. 어머니가 말씀 하셨다고 한다. "니 형의 얼굴을 보니 그동안 어디서 구걸해먹은 형색이며 반쪽으로 찌그러진 얼굴로 보아 쌀 떨어진 것이 분명하다. 없어도 없다고 하지 않는 니 형의 성격으로 보아 틀림없으니 니가 쌀을 한 푸대만 사다 가져다주어라. 어제 밤에 꿈을 꾸었는데 방안에 혼자 굶고 앉아 있더라. 그냥 놔두면 굶어죽을 위인이다"

 

실제 동생은 나에게 쌀을 보내지 않았고 나는 동생으로부터 쌀을 받지 않았지만 꿈에 본 어머니의 마음은 값을 알 수 없는 쌀 한 가마에 실려 그렇게 일없는 나에게 왔다.

 

왜 정치를 하냐고 늘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이제 나에게 정치를 한 수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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