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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10 13:21
어머니와 아들
 글쓴이 : master
조회 : 1,831  

예상보다 빠르게 2017년 7월 11일 오전 10시 10분 대법원의 이른바 ‘입법로비’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앞둔 나는 아침, 점심, 저녁 수시로 걸려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의 전화는 “지금 어딨냐, 밥은 먹었냐" 등의 간단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작년에 두 번의 전신 마취 머리 수술 이후로 가끔은 꿈과 현실을 착각하시고 밤잠을 못 주무실 때는 “여기가 어디냐”라고 물어 당황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나에 대한 걱정이다.

24시간 간병인과 함께 지내시는 어머니는 아직도 간병인 아주머니와 전쟁중이다. 어머니는 간병인 아주머니를 자주 불러 혼자 있을 수 있으니 나가라고 하시고 간병인 아주머니는 아들의 허락 없이는 못나간다는 것이 전쟁의 중심에 있다. 내가 없는 형편에, 어머니의 말 표현대로 하면‘밥도 못 먹으면서’ 간병인비를 내는 것이 아주 못 마땅한 것이다.

어제 밤에 어떤 친구가 일본에 다녀오며 부드러운 모찌를 사와서 어머니가 드시면 좋을 것 같아 가져다 드리니 몇 개를 드시고는 이런 저런 옛날 이야기를 하더니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한참을 옆에서 바라보다가 일어서서 방문을 열고 나가려하니 어머니의 작은 음성이 내 머리를 조용히 어루만진다

“어디 가냐”

“담배 피우러 갑니다”

“가져와서 여기서 피워라”

나는 나가지 못하고 어머니의 더운 방에 다시 쭈구리고 앉아 한참을 기다린다. 한 30분 정도를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일어나 어머니의 작고 힘없는 머리를 손으로 가만히 만져보며 “이제 주무세요 저 갑니다”라고 작은 소리로 말해도 어머니의 대답이 없어 ‘가지 말라는 뜻인가’하고 일어서서 한 30분 정도를 바라보아도 미동도 없어 이제 주무시나보다고 생각하고 일어서는데 힘없는 어머니의 음성이 다시 내 뒷머리를 때린다.

“잘 가거라. 내가 못 일어난다”

어머니의 방 문밖 앞마당에는 비에 젖은 볼펜들이 수두룩하고 대문밖에는 어둠속에서 가난한 종암동 사람들의 수해방지 움직임이 분주하고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잠깐의 노상정담을 하며 생각한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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