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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24 17:01
어머니와 봄날의 데이트(어머니를위하여 6)
 글쓴이 : master
조회 : 4,462  

어머니는 어머니 자신과 어머니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자신이 주관하지 않으면 못사시는 분이다. 그래서 24시간 어머니를 돌보는 아주머니는 고달프고 힘들다. 누구의 도움 없이 옷을 스스로 입으려는 싸움부터 시작해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스스로 하려는 어머니와 어머니를 도우려는 아주머니의 싸움은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늘 일어난다.

나는 단호히 어머니 편이다.

 

오늘은 종합병원에 가서 두 번의 머리수술을 받은 뒤의 경과를 살펴보러 가는 날이다. 의사로부터 매우 양호하여 6개월 후에 오라는 말을 듣고, 그리 춥지 않은 이 봄날 나는 어머니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우선 나는 신발가게에 들려 외출할 때마다 몸을 숙이기가 힘들어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하는 사정을 고려하여 밑창이 부드럽고 신고 벗기가 쉽고 가벼운 신발을 하나 사고, 머리 수술 때 삭발한 것이 아직도 자라지 않은 사정을 고려하여 예쁜 모자를 하나 사고, 중국식당에 가서 멋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조금 아슬아슬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머니는 긴 젓가락을 단단히 잡고 음식을 거뜬히 들어 드시고 긴 코스 요리를 하나도 남김 없이 단숨에 드시던 어머니는 나를 문득 바라보더니 ‘너는 왜 이리 늦게 먹냐’고 나무라신다. 그리고는 식탁 주변에 어머니가 흘린 음식물을 하나 하나 손으로 집어 그릇 하나에 담아 놓으신다. ‘누가 음식물을 흘린다고 자꾸 구박했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며 높은 의자 밑으로 고개를 숙여 흘린 음식물을 열심히 주어담는 어머니의 작고 휘고 여윈 등을 보니 내 마음속 한구석에서 찬바람이 인다.

 

“어머니 저도 60이 넘어 이제는 밥먹을 때 음식물을 자꾸 흘려요”

내 말을 못들은 듯 어머니는 굽힌 허리를 천천히 세우더니 이윽고 낡고 작은 지갑을 호주머니에서 꺼내서 꼬깃꼬깃 넣어두신 지폐중에서 5만원권 2장을 꺼내 나에게 주며 밥값이라고 주신다. 이번에는 마음속 한 구석에서 뜨거운 바람이 이는 것을 지긋히 누르면서 내가 카드로 계산하겠다고 몇 번을 말했지만 소용없어 5만원권 하나를 받으면서 마음속으로 ‘실업자 아들’에 대한 어머니 다운 배려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그 때문일까 나는 어머니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젓가락을 그리 잘 잡으면서도 왜 아까 의사가 젓가락질 잘 하나요? 라고 물었을 때 ‘잘 못해요’라고 대답했어요?“

“의사 앞에서는 그렇게 말해야 되는 것 아니냐”

“...”

 

집으로 돌아와 기분 좋은 데이트를 마치려하는데, 식사도 잘하시고 기운을 차린 어머니는 다시 전쟁을 선포하셨다. 오늘 병원에서 받은 6개월분 약을 누가 주관할 것인가를 놓고 벌인 전쟁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너무 복잡해서 4가지 약을 아침과 저녁 그것도 식전과 식후로 분리해서 책상 위에 놓고 간병인 아주머니를 불러 설명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는 ‘내가 먹는 약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하시며 그냥 큰 봉투에 넣어놓기만 하라고 하시며 아주머니의 간섭을 극력 배제하셨다.

 

오늘 의사들이 말했듯이 어머니는 어머니의 기적을 스스로 이루어내셨다. 걷지 못한다는 어머니는 이제 100m도 혼자 걸으며, 먹지 못한다는 어머니는 나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그것도 제때에 꼭 먹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 어머니가 일구어내고 어머니가 주관하는 90세의 어머니의 삶입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집지 않고 들고만 다니더라도 지팡이하나 친구처럼 몸에 끼고 다니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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