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코로나19 때문에 생각이 많던 나는 태백산맥과 동해바다를 좌우로 거느리며 북으로 걸어서 금강산에 이르고 싶다는 상상을 하다 보니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혼자 걸으며 170,171,172,173일차 <걸어서평화만들기>라고 스스로 선언한다.
자주 가던 강원도 대포항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로 해안선을 따라 과거 금강산 관광길이 열려있을 때 자주 묵었던 금강산콘도까지의 대략 59km의 구불구불한 해변길을 따라 밤이나 낮이나 쉬엄쉬엄 생각하며 걸어간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적이 드물어 만감이 교차하는 나로서는 지극히 편안하다. 그러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우며 햇볕 들면 덥고 바람 불면 추워서 <걸어서평화만들기> 셔츠위에 두꺼운 점퍼를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는 일과 쉼 없이 걸려오는 선거관련 전화 받기는 나의 생각을 방해해서 불편하다.
이곳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동기 후보와 미래통합당 이양수 후보가 경쟁하며 고성에서는 군수보궐선거도 있지만 영동지역 특성상 야당후보가 유리하다고도 하고 지금 여당의 전국적인 지지율로 보아 여당이 이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어 보인다. 한반도 평화의 길이 열리면 이곳이 활기가 되살아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선거벽보를 유심히 바라보아도 어느 벽보 하나 그런 나의 마음에 대답하는 문구는 없다.
걷다가 이동기 후보에게 전화를 건다.
<걸어서평화만들기> 회원들은, 금강산으로 가는 바닷길이 아니고 육지의 길이 열렸을 때 진부령을 넘어 금강산까지 걸어서 가는 꿈을 벌써 11년째 꾸고 있다. 그것뿐인가. 나는 지금 금강산을 지나 원산 앞바다에서 가자미낚시를 하고 개마고원을 넘어 백두산에 이르는 꿈도 꾸고 있다.
남방한계선에 이를 무렵 한 회원이 급하게 전화해서 코로나 때문에 금강산콘도가 폐쇄되었다고 했다. 나의 건강에 대한 그 회원의 마음이 고맙기도 했지만, 나는 바다 넘어 슈퍼문의 교교한 달빛 아래 천근만근 무거운 마음을 두꺼운 점퍼 속에 가두어 놓고 주저 없이 숙소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