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문자를 보낸 어느 기자에게 나는 지독히 어려운 시절 우리끼리 유행했던 단어 “산개전”이라는 응답을 보냈다. 산개전이란 80년대, 90년대 민주화운동시절 당시 살벌한 정보수사망에 한 사람이 체포되어 그와 접촉한 사람이 모두 고구마줄기처럼 걸려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흩어져 독자적으로 생존하며 투쟁하는 극단적 전술의 한 표현이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는 그 시절 비밀 정보원과 똑같지 않은가.
체육관을 닫아 매일하던 운동을 중단한지 얼마 만에 체중이 3kg이나 늘어 마음은 일상으로 얼른 돌아가자고 다짐하고, 유령처럼 갑자기 사라진 손님을 마냥 기다리는 가난한 동네 식당주인의 넋 빠진 모습을 보고 더욱더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다짐하지만, 좋아하는 동네 목욕탕의 찜질방에 언제부턴가 나 홀로 앉아 있다는 사실을 문득 알고부터는 내 마음속 그런 다짐의 자리에 불안한 마음이 조용히 들어앉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모두 참고 있다. 모두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모두 분노를 가라앉히면서도 그 분노의 기억을 하루하루 쌓아가며 있다. 그러나 조용하다. 그 다음이 두렵다.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나는 태풍 예보가 있던 어느 날 낚시를 핑계대고 사실은 태풍을 맞으려고 그 바닷가로 나아가 폭풍전야의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내 마음속에서 일던 야릇한 기대감과 두려움의 숨 가쁜 교차를 기억한다.
비밀정보원보다 더 고약한 코로나를 국민의 지혜와 힘으로 하루 빨리 퇴치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과 결과가 국민 분열을 심화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반대로 국민을 통합시키는 쪽으로 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피해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고 재난 극복 재원의 많고 적음의 문제도 아니며, 너나 없는 고통의 분담과 재난극복 재원의 섬세하고 공평한 분배를 통해 이루어지는 국민적 동의와 이해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정부 여당의 몫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부와 여당이 그리고 야당이 다가온 총선에 이를 이용하려는 정략적 태도를 진심으로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늘의 적막과 고요함은 내일의 결정적인 격랑의 징후이지만, 이후에 오는 불가피한 격랑은 맞아들이기에 따라 늘 나쁜 것은 아니며 때로 시원하고 상쾌한 파괴와 새 생명의 원천이 된다.
“지금은 흩어지지만 다음은 더 강하게 뭉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