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7일 사단법인 신정치문화원 송년회 및 친선의 밤 행사가 월곡동의 오래된 사무실에서 열렸다.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어온 이 사무실에 오랜만에 각지에서 온 회원들로 가득찼다. 예년보다 많이 모인 회원들은 여기서 무엇을 보고 듣고자했을까... 28년간 쓴 이 오래된 사무실에 대한 향수일까, 나의 근황이 궁금해서일까, 한라에서 백두까지 걷겠다던 우리들의 거듭된 굳은 맹세를 되씹어보는 것일까.
나는 그저 꾸준히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회원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 했다. 사실 꼬박꼬박 회비를 내는 회원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생활이 넉넉하지 않는 어려운 회원들이어서 통장이 바닥나 회비가 빠져나가지 못할까 안절부절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 분들의 향기는 배반과 타락으로 가득한 우리 주변의 구린내를 압도하는 청량제가 된다.
나는 이 향기가 남한을 넘어 한반도 전체가 퍼져나가기를 갈구한다. 휴전선을 걸어서 넘어 백두산까지 가는 일을 뜻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해 이루어 70여년의 민족 분단 사슬을 이른바 당국이 아닌 우리 민족의 힘으로 끊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걸어서 평화 만들기라는 열차가 휴전선에 묶여 남한 땅에서만 돌아야했던 지난 10년, 우리 회원들의 숱한 다짐과 맹세는 결코 허공에 맴도는 구호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 맹세만으로도 성스러운 회원들의 존재 이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부산, 경남 일대, 호남 일대에서 감성돔, 돌돔, 참돔, 농어 등 다양한 남도의 회 등 음식을 가지고 오신 회원들과 늦게까지 봉사하신 여성 회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나는 다음날 근처의 한 친구와 함께 일찍 사무실에 나와 사무실 구석구석을 긴 시간 청소했다. 쓸고 닦고 또 무릎 꿇고 앉아 소중한 음식물의 흔적과 신발들의 흔적들을 눈여겨 살펴보고 되새기며 열심히 닦아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삶과 인생이 이분들의 헌신에 대해 보답하며 진실로 봉사하는 것이 될 수 있도록 하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