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는 가족에게 더 없는 휴일이다. 나는 2박 3일의 어머니와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간단한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이 편하게 오는 거리 등을 예상하여 모처에 숙소를 정한다. 내 생각과는 달리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의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중첩된 충돌이 일어난다.
어머니는 내가 돈을 쓰는 것이 싫다. 가족들은 더러 어머니의 행태에 짜증도 난다. 그러나 어머니는 거침없이 간섭하고 생각을 말하며 그러다가 점차 고립되어 가는 것을 나는 빠르게 알아채린다.
가족들이 떠나고 나는 하룻밤을 어머니와 함께 더 지내며 시냇물가 밴치에 앉아 이야기도 하고 굵어진 어머니의 발톱을 작은 손톱깍기로 깍아보려다가 발가락 피부를 건들여 피가 나기도 한다. 어머니를 목욕시켜드리려고 물을 받아놓고 목욕하지 않으려는 어머니와 실갱이를 하며 어느 순간 드디어 나의 온몸에서 피곤함이 엄습해온다. 결국 자기 머리로 생각하며 자기 손으로 만져보며 자기 발로 걸으려는 의지가 강한 어머니와 이를 불안하게 여겨 돌보려는 아들의 충돌이 시시각각 곳곳에서 일어난 것임을 알게 된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아들이 어머니에게 보인 사랑의 충돌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보인 과잉의 사랑 또는 반대로 지나친 무관심이 어느새 금을 가게 한 것은 아닐까.
집에 돌아와 이틀간 집을 비운 나를 비난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피곤함이 다시 엄습한다.
나에게 사색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