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북구 석관동의 강북신협(강북신용협동조합)의 새로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며 말할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창립자인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이하 호세 마리아 신부로 호칭)의 말이다.
“노동에게는 노동에 속한 것을 주고 자본에게는 자본에 속한 것을 주어라” 이 말을 조금 더 생각하면 “사람이 먼저이고 협동조합은 나중이다”가 될 것이다. 호세 마리아 신부의 이 말이 그 자리에서 떠올랐던 이유는 우리 신협이 진정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며, 또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처럼 협동조합 운동은 하나의 사상이 아니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경험이 누적되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면 지금 신협이 부족하더라도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쳐가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자리에 같이 참석한 석관동 성당의 송차선(요한)신부는 참석자들에게 우리나라가 매우 어려울 때 처음으로 신협을 창립한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와 장대익 신부를 언급하며 신협창립 취지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한 것이 나에겐 위안이 되었다.
나는 2013년 무렵 협동조합 몬드라곤을 보기 위해 스페인 북부지방 바스크 지역을 여러날 동안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지방 사람들은 스페인 남부 지방 사람들과는 달리 과거 로마의 통지. 이슬람의 통치에 굴하지 않고 저항했왔다. 스페인 내전에서도 이 지역은 대체로 인민정부편에 서서 파시스트에 저항했다. 가히 저항의 거점이라 해고 무방할 듯했다. 피카소의 유명한 그림 ‘게르니카’는 이 지방에 위치한 게르니카 지역에 대한 파시스트의 무차별 폭격의 참상을 그린 것으로 오늘날까지 불멸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그곳에서 게르니카 앞에서 한참을 서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몇몇 청년들을 보았다. 그리고 이 지역의 그러한 역사와 전통이 몬드라곤 같은 성공한 협동조합을 이루어나가는 동력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나는 몬드라곤의 방대한 시설 안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호세 마리아신부의 기념관에 들려 그곳의 신부와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과 생애를 비롯하여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현황과 과제 등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세계 여러나라 말로 출판된 몬드라곤과 호세 마리아 신부에 관한 책들이 진열된 책장을 보다가 한글의 책자가 보이지 않아서, 우리 일행이 비행기에서 읽은 책(김성호의 몬드라곤의 기적)을 드리자 그곳의 신부는 그 책을 책이 진열된 책장 속에 소중하게 진열해 놓겠다고 말했다(실제로 그 후 그 책이 진열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처음에는 카톨릭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지역신협으로 영역을 확대한지 오래, 강북신협이 성북구 석관동 지역의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고 지역공동체에 선한 빛을 보여주는 작은 실천들을 선한 사람들의 의지와 토론을 모아 조금씩 쌓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것이 결국 지역을 바꾸고 국가를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