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1-11-26 12:00
개혁과 조직문제에 대하여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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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신계륜
조회 :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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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조직문제에 대하여 - 4
이런 개념으로 당내에서 개혁을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첫째, 개혁의 개념정리가 필요합니다. 개혁을 하자는 모습은 많이 보았지만, 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개혁을 개념을 정확히 정립하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그 속에서 문제점이 공통으로 인식된다면 그것을 개선할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 없이는 일보도 전진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여러 그룹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많이 느꼈습니다. 기본적인 가치관에서도 충돌을 일으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때 개혁그룹이 좌초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개혁의 개념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후에 개혁의 그룹화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개혁의 그룹화 조직화에서도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저는 14대에 민주화에 대한 끓는 열망과 열정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했고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민주화에 대해 열망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반 1-2년 동안에는 노동운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자괴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부영, 김근태, 박계동, 제정구, 유인태 선배 등이 함께 하는 민주개혁정치모임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지금의 개혁세력 모임보다 언론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개념정립이 안된 조직의 말로와 그런 부분에 대한 동의가 안된 조직에 어떤 모습이 생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혁조직에서 첫 번째로 강조되어야 할 것은 공동행동입니다.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데 행동통일이 안 된다면 말이 안됩니다. 그러나 좋은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민주개혁정치모임은 결국 당을 따로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그 때 제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아무리 개혁을 강조해도 결정적인 시기에 힘과 몸을 바쳐 우리 국가와 사회에 한 톨이라도 힘이 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높은 규율과 정치적 통일을 담보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했습니다. 14대의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보면 현재 개혁세력의 흐름도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모임이 가지는 발언이나 주장이 사회전체에 반향을 주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정치적 행동으로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장점이 있지만 한계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는 조직이 출현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말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그래야만 책임질 수 있고, 책임질 수 있을 때만이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해야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민주개혁정치모임을 평가해보았을 때 상당히 훌륭한 조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민주개혁정치모임은 활동하는 동안 처음 시작했던 14명의 의원들외에 한 명도 추가되지 못했습니다. 아주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한다면 모르지만, 그것이 아닌데도 올바른 생각과 의견이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고립무원으로 포위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를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것입니다. 이런 조직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조직화하는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이 진정으로 지속될 수 있으려면, 개혁에 동의하는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예전의 경험에서는 소수의 모임이 다수의 사람을 적으로 만든 모습이었습니다. 즉, 개혁정치모임에 서명했던 사람들만 개혁세력으로 보이고, 나머지 사람들, 심지어 개혁 성향의 사람들까지도 부지불식간에 반개혁세력으로 간주되게 만들었던 심리적 작용을 볼 때, 조직화하는 전략과 전술에서 실패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속해있는 그룹과 관련 없이 또, 과거의 입장과 관련 없이, 개혁을 위한 자신의 생각을 충실히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하면서 그러한 사람을 주인으로 세워 개혁을 추진해 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처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조직이 폐쇄적으로 되어 가면 그들이 부지불식간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노동운동을 할 때는 많은 실패를 했었습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으나, 노동자들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나는 옳은데 왜 다른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을까"하고 자꾸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이 사람들을 의심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설 때와 나서지 않을 때를 구분하여, 직접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개혁주의자는 자신이 개혁주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개혁을 생각하는 사람은 개혁을 주장함으로써 자기 정치적 입지가 올라가는 것을 먼저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개혁을 수단화하는 것입니다. 개혁을 해서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자 할 때, 진정한 신념을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할 때, 국민적 지지가 올라가는 것이지, 실천은 안하고 정치적 지위를 올리는 방향으로 개혁을 사용하면 개혁도 실패하고 그 사람도 결국 성공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말은 쉽게 한다"고 합니다. 저도 제가 말한 것처럼 행동하는가 하고 항상 자문합니다.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항상 실천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천할 의지 없이 말만 해서는 안됩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이 말을 먼저 하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떤 말을 통해서 호감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 정치가 퇴행됩니다.
장기적인 비젼과 전망을 세워나가는 개혁세력, 청년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끝으로 전해드리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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