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대 법대를 입학하고 졸업했다. 입학 때와는 달리 점차 당시 사회의 변혁에 관심을 쏟고 일찍이 고시와는 다른 길을 걸어 법분야에는 전문가가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당시 형법학자 심재우교수를 존경했고 그의 법철학 강의 중 자연법사상을 인상깊게 들었다. 당시 법대에서도 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은 소수이며 아주 능력 있는 엘리트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의 의문은 그런 엘리트들이 왜 그 살벌한 독재시절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철저히 정권에 복무했는가이다. 더 나아가 왜 지금도 극적으로 진화하는 우리 시대에 옛것을 고수하고 새로운 검찰상을 만들지 못하며 좌절하고 방황하는가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특정한 사람에 의지하고 자신의 운명을 바치는 시대를 훨씬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정치적 잣대를 제시하고 사정을 지시하여 가혹하기 이르데 없는 수사로 이른바 사회기강을 잡던 시대의 장점에 대해 향수를 갖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권력의 사정지시가 언제나 원점부터 틀렸던 경험을 풍부하게 갖게 되었고 검찰의 권력으로부터 완전한 독립과 깨어있는 시민의 감시야말로 이 시대에 맞는 사회정의 구현의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이런 사회 진화의 흐름에 역행하여 2014년 7월 3일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우리 사회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일부 인사들을 독버섯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사정을 지시하고, 검찰 상층부는 이에 굴욕적으로 복무하며 당시 야당의원 25명을 그 명단에 넣고 기소하거나 조사하거나 조사하려고 했다. 이것이 검찰의 굴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