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교비횡령사건을 최초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맡게 된 것도 기이한 일이고, 교비횡령을 수사하던 이 특수부가 엉뚱하게 입법로비수사를 담당하고 발표한 것도 이상한 일이다.
관련하여 두가지를 회상하며 기록한다.
첫째, 김재윤의원은 나의 2심 법정증언에서 위증일 경우 위증의 처벌을 받을 것을 감수하고 이 사건은 청와대의 모 인사가 기획한 것이라는 말을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의 고위인사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재윤 전의원의 증언은 재판기록에서 검사측의 요구로 삭제되었다.
둘째,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김영한의 비망록은 2014년 7월 4일자에 비서실장 김기춘이 지시한 것으로 파악되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고 있다. 촛불의 영향으로 세상에 밝혀지고, 나의 재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2017년 초에 내가 읽게 된 비망록의 내용은 “사정활동 강화”라는 제목하에 “정권, 대통령 도전, 두려움을 갖도록” 하라는 비서실장의 놀라운지시를 기록하고 있고, 이어 그 대상으로 “독버섯처럼 자란 (DJ 노무현정부) 인사”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입법로비 혐의로 두려움을 갖게 할 “독버섯”의 민주당의원 25명의 이름과 돈의 액수(일부)가 11월경까지 차례차례 등장하는 것이다. 입법로비 이외에 의원 이름까지 합하면 민주당의원만 30여명에 이르고 있다.
나의 눈에는 그것이 세월호로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당시 청와대가 90년대식 독재정권의 낡은 공안통치 숫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빼어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는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총수가 말한 대로 독버섯 1호가 되었던 것일까.
노무현대통령 대통령후보와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나는 노무현당선인 시절 한 일화를 참고 삼아 소개하며 기록해둔다. 이 일은 입법로비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문제(훨씬 심각한 문제)여서 비교하기 어렵지만 참고가 될만하다.
나는 당선인비서실장 시절 초기 각료인선에 당선인이 참고할 자료 작성에 분주할 무렵, 과거 어떤 재벌 그룹 협력회사들의 야당 국회의원들과의 정치자금조성내역을 문서로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이것을 당선인에게 당연히 보고했다. 당선인은 보고를 받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것을 과거방식대로 수사지시하면 야당탄압이라고 할 것이다. 오히려 과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앞으로는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