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베를린 방문(3월11일~20일) 기간 동안 윤이상을 기념하는 일과 관련해서 북의 대사관과 소통을 하기를 원했고 노력했지만 절반의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다.
만나지는 못했고 의사는 전달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똑같이 윤이상을 기념하는 일을 각자하고 있다. 북이 먼저 시작했고 남의 민주화도 이 일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똑같은 윤이상과 그 음악을 생각하고 기념하면서 왜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부끄러운 일이다.
북은 일찍이 평양에 윤이상음악연구소를 만들고 윤이상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매년 행사를 해오고 있다. 나도 두 번인가 이 행사에 참석해서 참관한 적이 있고, 늘 공동행사로 하고 싶었다. 그래도 남과 북이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윤이상을 자기 잣대로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이 합의했던 남북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온갖 오해와 고난 속에서도 평생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던 음악인 윤이상을 진정 생각한다면, 휴전선을 깔고 앉아 남북이 공동으로 윤이상음악을 연주하며 세계를 향해 평화와 통일을 절규하는 일이 왜 불가능하고, 평양과 서울에서 서로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있더라도 같은 음색을 발산하는 기막힌 연주가 왜 불가능한가.
독일 베를린 출장 마지막 날, 나는 윤이상하우스(윤이상이 독일에 거주할 때 명곡을 낳은 작품의 산실. 정부와 윤이상평화재단이 구입하여 윤이상평화재단이 운영)에 들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독일 방문시 이식해 놓은 초라한 동백꽃 한그루를 본다(영부인이 윤이상의 묘소에 들려 참배하며 심어 놓은 동백을 묘소가 통영으로 이장되며 이 곳에 옮겨 심었다).
이것이 문재인정부 통일정책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