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봉사하고 있는 <윤이상평화재단>과 <걸어서평화만들기>라는 단체는 모두“평화”라는 단어로 포장되어있다.
이번 베를린 출장 기간 동안 나는 가는 곳마다 곳곳에서 마치 87년 6월 항쟁때의 게릴라 시위 같은 느낌을 주는 소규모 반전시위대를 목격했다. 유서 깊은 부란덴부르그에서 연설하는 연사는 반전 반핵(핵폭탄+핵발전)의 이슈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기가 독일 국기 대신 여러 건물에 게양 되어 있다. 차도에 연좌하며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젊은이들을 도처에서 목격되고 경찰은 특별한 제지도 없다.
동베를린 지역에 위치한 넓직한 북한 대사관은 적막하다. 가끔 러시아를 돕는다는 북한을 규탄하는 소규모 시위대가 지나갈 뿐이다. 가히 메카시즘을 연상하게 되는 침략자 러시아에 대한 비난 여론 열풍이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자들을 침묵 시키는 압도적 여론 광풍이다. 더구나 전통의 사민당을 제치고 메르켈 총리의 기민연(기민당+기사당) 집권세력을 위협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녹색당 바람이 핵개발의 북한에 대해서 가지는 적대감은 짐작할 만하다.
녹색당을 지지하는 분이 나에게“왜 한국에는 녹색당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가”묻는다. 나는“우리는 정치 경제적으로 너무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탈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신 없게 대답한다. 나는 거꾸로 묻는다. “독일이 이처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특별히 민감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녀는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모든 것 떠나 무력침공에 대해 1차 반대하는 것이며, 독일이 이번에 국방비를 대폭 올리려는 것은 이 사태에 대한 독일식 대응이 된다.”라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한 것과 윤석열 당선인이 더 성급하게 반대로 판단한 것 자체가 우리 지도자들의 인식 수준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