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들어와 60대에 이르기까지 내 인생 가장 긴 시간 살아온 성북은 나의 제2의 고향이며 정치입문의 터전으로 나의 오래된 미래이다. 그때 내 마음속에는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철새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가 깊게 자리 잡았던 것 같다.
오랜 당원 6 공주님이 나를 성북구 첫 전셋집이 있던 장위성당 부근의 고깃집으로 초대, 점심을 먹다가 정치의 계절인 만큼 대선후보들에 대해서 묻는다. 나는 마음가는 대로 하라고 말한다.그걸로 끝이다.
3년 내내 엉크러진 내머리에 불만이 많던 한 공주님이 나와 6공주님을 모두 이끌고 장위동의 오래된 이발소로 간다. 재개발이 한창인 이곳 이발소 주인은 6공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능란한 솜씨로 내 머리카락을 자르고 친절한 아주머니가 잊혀진 얼굴 면도를 시원스럽게 한 다음, 오래된 세면대에서 정성스레 머리 감기를 한다.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는 것들과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사라지는 것은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확실히 그 이유가 있다. 그래서 오래된 미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