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염상정(處染常凈), 통영의 걸어서평화만들기
3월 26일 걸어서 평화 만들기는 통영의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시작하여 트라이애슬턴톤광장을 지나 활처럼 굽은 작은 만을 돌아 금호리조트 통영마리나 앞을 지난다.
그리고 호수처럼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는 통영국제음악당과 스탠포드호텔을 지나, 해안산책길을 따라 아담한 수륙해수욕장과 작은 펜션들을 스쳐 지나고, 바다위에 만들어진 통영등대낚시공원에 이르러 다시 되돌아간다. 물론 코로나로 낚시공원은 폐쇄되었으며 근처에는 인적도 드물어 쓸쓸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한적한 분위기가 걸어서평화만들기에 적당하다.
3시간 정도를 걷고 해안을 서성대다 통영국제음악당(실은 윤이상국제 음악당)으로 올라가는 작은 언덕길에는 활짝 만개한 벚꽂들이 근처 모든 생물을 압도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당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윤이상선생(1917~1995)의 묘소가 낮게 자리잡고 있다.
윤이상선생의 묘소는 2018년 베를린으로부터 이곳에 이장되었다.
“음악을 통해 세상의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 위로와 용기를 주고 분단된 우리 민족에게 민족화해와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일깨워주고자”했던 한 위대한 작곡가가 오랫동안 아주 먼 곳을 헤매다, 탄생한지 101년 만에,
사망한지 2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바닷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는 것이 ‘시간을 지나’ 찾은 평화의 한 파편일까. 남과 북이 전쟁의 길을 안전히 버리고 돌이킬 수 없는 평화와 통일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 이 작은 평화의 파편들이 서로 모여 참된 안식이 찾아오지 않을까.
처염상정(處染常凈),
윤이상선생의 묘석에 새겨진 것으로, (혼탁한 곳에 있어도 늘 깨끗하다는 뜻)의 걸어서 평화만들기를 마치며 음악당에 들어가 2021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크리스티안 바스케스(2020년 윤이상평화음악상 수상의 엘 시스테마 출신)의 지휘로 연주되는 윤이상의 서주와 추상을 깊게 음미하고, 김봄소리의 바이올린(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연주를 들으며 2021년 첫 걸어서평화만들기의 문을 연다.
이제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