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 결혼날을 오래전에 잡고 준비하다 보니 아버지 마음도 알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우선 좋은 사람 만나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 좋은 사람보다는 좋은 직장을 포함한 경제적 여유를 당연히 선호하며 그런 의미에서 안전한 결혼을 선호하는 것이다. ‘안전한 결혼’... 이것은 천박한 물질숭배라는 우리 사회가 만든 신화이며 가설이며 우리 젊은이들을 옥죄는 부모들의 강압이다. 사랑을 찾아 야반도주하던 전설의 옛 시절이 요즘 오히려 그립다.
안전한 것은 사람이지 돈이 아니다.
큰 아들은 올해 28살.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던 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고 지금에 이르렀으니 조금은 드문 경우일 것이다. 둘 다 평범한 직장생활하며 맞은 결혼을 보며 나는 얼마 남지 않은 통장에서 3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아들은 은행에서 전세자금 융자를 받아 1억원을 준비했다. 아들이 저축한 1천만원을 합해 1억 4천을 갖고 서울에서 전세 얻기 위해 서울 변두리지역을 거의 1달 가까이 헤맸다. 헤매고 헤매던 아들과 여자 친구는 천심만고 끝에 11평 정도의 연립주택을 겨우 얻고 이제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 시작하는 독립이라 욕심을 부려볼만 하건만 전혀 그런 내색이 없고 ‘변호사비용도 모자랄’ 이 가난한 아버지에게 ‘언제나 아버지 존경한다’고 말한다.
‘국회의원 아들로 살아가기 어렵다’고 말한 어떤 후배의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냥 그렇게 결혼하는 아들을 지켜본다.
월 300만원으로 살아가는 아내는 그래도 아들에게 택시도 타지 말며, 작은 돈을 어떻게 아끼며, 빌린 돈은 스스로 갚아야하며... 등등의 교육을 단단히 하는데 아버지인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아주 어려서부터 내가 너무 형편이 어려워 시골의 부모님 집에 맡겨 키우던 생각, 오랜만에 찾아가 아들을 보지만 내 아이가 부모를 얼른 알아보지 못하던 생각, 그러나 헤어져 시골버스에 내가 몸을 싣자 할머니 등에 업혀 그렇게나 큰 소리로 울어대던 울음의 긴 여운 등은 지금도 내 가슴속에 있다.
돈과 직장이 안전한 것이 아니며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안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