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신계륜 의원이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만남 그리고 동행' 책에 추천사로 게재된 글입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에게는 특히 그렇다. 남몰래 죽음과 가까워지는 체험도 한 그는 삶과 죽음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삶이 무한한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찰나일지 모르지만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의 지금 부지런함은 이제 더 가치 있는 것이 되었다.
이석행은 나의 오랜 친구이다. 내가 노동운동이라는 것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을 무렵인 80년대 후반부터 이석행을 알았다. 불타는 열정과 노동조합에 대한 신념으로 완전무장했지만 어딘가 여리어 보이고 감성이 풍부한 그는 그 시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대중적 인간적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내고 지금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해서 송영길 인천시장의 노동특보로 일하고 있다. 마음이 편할 리가 없고 자신에 대한 불만이 없을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이제 그는 언제나 솔직하고 힘차게 일하며 언제나 그가 있을 곳에 정확히 서 있다.
인천노동자 이석행의 '노사정 희망일기' 만남 그리고 동행 이라는 책은 그의 그런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그가 민주노총 위원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이상과는 매우 동떨어진 대한민국의 정당에 들어와 고통 받으면서도 인천 지역에서 일하며 송영길 인천시장과의 만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체감하고 이것을 개선하려는 그의 노력과 인천시의 사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귀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유서를 써 본 사람의 결기라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다소 애처롭기까지 하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일부 견해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의 순진함은 그 견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잔잔한 감동을 준다.
나는 이 책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끝이 시작이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다른 책을 시작하게 할 것이다. 다른 실천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지루하지 않는 삶과 죽음을 불사하는 치열한 고민 앞에 서성거렸던 그에게 마음의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독자들에게는 그의 고민이 가감없이 전달되기를 그리고 활동가 이석행이 아니라 인간 이석행으로 이해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