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2월 16일 유튜브 '신계륜 토크' 영상 녹취록 >
영상을 보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https://youtu.be/hDkxGfn3yGc
요즘 총선 관련해서 민주당 86 운동권 청산주장이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가 한 말입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을 두 가지로 요약해보면, 첫 번째는 과거에 운동권에 상당수의 주사파가 있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두 번째는 86 운동권이 민주당에 들어와 카르텔을 형성하고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국회, 정부, 청와대에 다수가 들어가 일하면서 민생과 국민을 외면했기 때문에 이제는 고인물이 되어서 이들을 청산하고 교체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말을 듣고 '나는 92년도에 뭐했지?' 하고 되물어봤습니다. 만 서른일곱이던 1992년에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듣자하니 한동훈 위원장은 92학번 이니까 92년도에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이때는 쿠데타 주역이었던 노태우씨가 대통령이 되어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면 이 시절은 민주화 운동 이전일까요?
제가 국회에 들어선 92년 이후, 당시 저는 386 세대의 주요 인사들에게 이제는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서서 일하라고 주선하면서 실제로 다리를 놓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때 386의 맏형 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86세대에 대한 비판이 있으면 그 86 세대의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서 있습니다. 비판 받을 일 있으면 저도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동훈 위원장이 말하는 발언은 그 자체가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90년대 초반은 대격변기였습니다.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했고,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 안에서도 여러 주장들이 대립하면서 이른바 노선 논쟁과 투쟁이 심했던 시기였습니다. 그 논쟁과 투쟁의 끝에 선거를 통해 지금 민주화운동의 1차 과제는 군사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그래서 90년대 중반이 되면서 민주화운동 하셨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노선에 대해 동의하고, 민주주의 큰 틀에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에 동의하면서 정치권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는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써 386 세대의 대표적인 인사였던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오영식, 등의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민주당에 입당해 정치에 들어와 일하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이상과 꿈을 펼쳐보라고 권유했습니다.
한동안 위원장이 이걸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마디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미 수십 년 전에 절한 내부 노선과 사상에 대한 논쟁을 거쳐서 명쾌한 결론이 난 문제를 가지고 지금 또다시 주사파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그 당시 처절했던 논쟁의 과정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 노력을 통해 이루어낸 우리의 민주화 과정이었던가에 대해서는 굳이 길게 설명 할 필요도 없을 듯합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에 집권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참 안 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대로 된 역사책이라도 한번 읽어보고 난 후에 이제 주사법 팔이 그만하시기를, 그 누구라도 낡은 주사법 팔이 그만하시길, 특히 정치권에서 하시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 하나는 민주당 운동권 정치인들이 오랜 기간 국회나 정부 청와대 요직에 있으면서 국민과 민생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고인물과 386 카르텔을 청산하고 이러한 것이 시대정신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국민과 민생을 도외시했다는 부분에 있어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의견과 대립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앞으로 하나하나 따져볼 일이 많겠지만, 우선 거칠게 이야기하면 민주주의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정권 교체 한다고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정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경제, 문화 등 사람들이 사는 모든 영역에 걸친 일종의 사회 개조 형식이자 진행 중인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정말 치열하게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민주주의는 영원히 미완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 이후에 자신들의 권리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고, 앞으로도 싸울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진행 중인 미완의 과정을 민주주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말의 뜻을 깊게 새겨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민주화 운동 이전과 이후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교체 이후에 일어났던 민주주의 전반에 대해서 전진적인 과정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고 거듭 말씀드립니다.
만약에 한동훈 위원장이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저는 세대교체론은 주장만 있지 실제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세대를 아들 세대가 부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부정해도 아버지는 아버지고 아들은 아들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케네디 대통령이 40대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미국 사회가 세대교체 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40대의 미국 대통령이 태어났다는 것이고, 40대의 대통령이 태어났다고 해서 미국 사회 전체가 세대교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인위적 세대교체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의 86세대는 386에서 486이 됐고, 또 486이 586이 됐고, 686이 되어가는 상황입니다. 386이라는 것은 그 당시에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라는 이런 제한적인, 올바르지 않는 의미가 담긴 그런 단어입니다.
학생 중심으로 자신들이 한국 역사를 규정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학생이 이룬 것이 아닙니다. 학생 노동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과 국민들이 힘을 합해서 이룬 과정이기 때문에 민주화운동을 학생 중심으로 기재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제가 말한 86세대는 그 때 당시에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세대 중 주역세대였습니다. 이걸 인정해야 됩니다.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앞선 세대도 그걸 인정해야 되고, 뒤에 서 있는 다른 세대도 그걸 인정해야 하고 이것을 늘 간직해야 합니다.
그러나 또한 86세대는 지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공도 많이 세웠지만 과오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공과 과를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구체적인 사람과 정책에 대해 올바르게 평가해서 민주당과 나라의 자산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고쳐 나가야 할 과제를 도출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는 일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어떻게 86세대를 청산하겠습니까? 더구나 86세대는 지금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세대를 청산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또 하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청산주의라는 것은 참으로 나쁜 것입니다. 청산주의 과오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그 증언과 기록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이것은 왜 실패했는지, 어떤 과정이 잘못되었는지 공과 과를 따져봐야 그 다음에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가 있습니다. 청산주의에 대한 이해를 잘해야 합니다.
한동훈의 청산주의는 그 자체가 몰역사성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하는 한동훈 위원장이 내놓은 특정 세대 청산이라는 주장은 아무리 봐도 모순입니다. 좋게 받아들여서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과 과를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는 의미로 말했다면, 86세대에 공과 과도 균형 있게 보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계속 청산하다 보면 무엇이 남겠습니까?
그리고 어쨌든 86세대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 지난 시기 역사 속에서 공과 과를 엄밀히 평가하고, 지금 시시하게 공천에 매달려서 각개약진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남북평화, 공동 번영의 길과 같은 이정표가 세워졌는데, 이 이정표가 거꾸로 역주행 당하면서 남과 북이 서로 응징 할 수밖에 없는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시점에 남북관계에 대해서 다시 나서야 할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낡은 구호지만 차라리 구국의 강철 대오란 표현이 지금 시기에 오히려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